수도 없이 촛불집회 나가봤지만 오늘만큼 현장감 있었던 집회는 없었던 것 같다.
경찰의 원천봉쇄로 인해서 집회 장소가 계속 왔다갔다 했는데, 결국 5:30 서울역 광장으로 정해졌다. 과외 끝나자마자 달려가서 미리 연락해놨던 류수진양과 수진양 친구분과 합류했다. 도착해보니 깃발 소수만 보이고 사람들도 얼마 없어서 실망했다. 6시에 간단한 집회를 끝내고 흩어진 후 청계광장에서 재집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일단 저녁을 해결하고 청계광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청계광장은 경찰들이 완전히 봉쇄해 놓았고, 지난 해 촛불시위대가 걸었던 시청과 광화문쪽 거리는 무슨 풍악소리 울리고 퍼레이드 하고 앉아있으니 기가 찼다. 기껏해야 전교조 한 지부 깃발만 보였고 시위대 모습은 보이지가 않아서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었는데, 중앙당 사람들 와서 깃발 들고 사람들 끌어모으고 시청 방향으로 행진하면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호를 외치며 시청 방향으로 행진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깃발들이 엄청나게 모였고 대략 수천 정도는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시청 거리를 가득 메우고 행진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경찰들이 시청 광장 부분에서 시위대를 압박하고 들어가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하이 서울 페스티벌인가를 진행하는 시청 광장으로 빠져들어오게 온 것이다. 시청 광장에 설치되어 있던 무대에서 이상한 노래 나오고 춤추고 이러는 상황이었는데 ( 웃긴게 계속 똑같은 곡만 틀고 앉아있더라...-_- ) , 무대 앞에 수천 시민들이 구호 외치고 깃발 휘날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행사 진행자가 계속해서 음악을 틀고 시위대의 구호가 잘 안 들리는 상황이 되자 앞선에 있던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가 무대를 점거했고, 음악이 꺼지자 본격적으로 촛불을 켜고 구호를 외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나와 일행들은 무대 왼편쪽에 있었는데, 중간에 외국 사람이 인터뷰하는 식으로 말을 걸어서 인터뷰 진행중이던 상황에서 경찰들이 광장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 연행해가고 장난이 아니었는데, 나도 여기서 연행되어 갈 뻔 했다. 애들 들어오나 뒤에 보다가 잠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어느새 밀려오는 상황에서 넘어져서 경찰들한테 끌려갔는데, 다행히 전경들이 무대를 점거한 사람들을 밀어내려고 주력하는 상황이라서 무대 왼편엔 전경들이 얼마 없었고 91년생이라고 하니까 시민들이 풀어주라고 항의했고 결국 전경들이 끌어가는 상황에서 대오가 흩어졌을때 다른 시민분들이 달려들어서 다행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빠져나오자 마자 무대 뒤편으로 도망가서 다행히 살았는데, 이 과정에서 입고 왔던 외투도 없어지고... 게다가 수진양과 함께 오신 일행분은 결국 연행되고 말았다. 그냥 촛불 들고 있는 사람들 아무나 잡아가려고 한 것 같은데, 그야말로 어이가 없더라 -_- 어쨌던 일단 일행이 잡혀갔고 나도 잡혀갈뻔한 상황이라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같이 있었던 범준이 형이랑 수진양이랑 연락해서 일단 다시 모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광장 시계 방향에 있었던 무대에서 시민들이 전경들에게 포위당하고 연행당하기도 했고, 1만 단위는 되어보였던 시위대가 모두 흩어지게 되었다. 무대 점거하고 시위대 규모가 불어나기 시작한지 30분도 되지 않아서 있었던 일인데 정말 허탈하더라.
일단 범준이형이 중앙당이랑 연락을 취해서 연행되었을 시 취해야 할 행동같은 쪽을 수진양 일행분께 알려드리고, 시위대가 명동에서 재집결하다는 소식을 듣고 명동으로 향했다. 뭐 저번 후기에 썼다시피 명동 밀리오레 앞에선 어제 메이데이 집회때에도 격렬한 충돌이 있었던 곳인데, 도착해보니 100명 내외의 시위대가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고 간간히 시민들이 합류하는 상황이었다. 학생모임쪽 분들도 몇명 뵈어서 인사를 하고 같이 구호좀 외치다가 일단 잡혀가신 일행분을 면회하기 위해서 동대문경찰서로 향했다. 근데 이쪽에서도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더라. 면회하러 갔는데 만나지도 못하게 하고, 조사가 끝났다 안 끝났다 말도 계속 왔다갔다 하고... 거의 경찰서에서 한시간 반 정도를 기다리고 간단하게 면회를 한 다음에 오니 시간이 어느새 자정쯤...-_- 게다가 무슨 48시간 구금을 한다는데, 법적으로 근거도 없는 48시간 구금이라니 황당 그 자체였다. 명동쪽도 이미 상황 종료 직전인 듯 하고 차도 끊기고 일행분 풀려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해서 학교 노수석 생도에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야식도 먹고 자고 하다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어쨌던 전경들이랑 몸싸움 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끌려가고 맞고 한 적은 처음인데 뭐 나름대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뭐 잡혀갔으면 이렇게 글을 쓰지도 못했을테니. 아마 정권 차원에서 나름대로 심각하게 반응하는 듯 하다. 지난 해 촛불이 표면적으로 '실패'하긴 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자본과 재벌의 이익을 위해 추구하는 정책들을 실행으로 옮기는 데에 상당한 장애를 준 건 명백하다. 1년 후 또다른 촛불이 타오르는 것을 그들은 원하지 않을 것이고, 어제와 오늘의 야만적인 진압은 그들의 촛불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는 지표일 뿐이다. 촌스럽다는 느낌부터 드는 옛날의 민가들이 생각나려 한다. 그들의 부당한 폭력이 거세질수록 민중의 저항은 더욱 불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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